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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여와혁신]부채의 책임, 떠넘기면 그만?
작성일 : 2014-04-08
파   일 :
부채의 책임, 떠넘기면 그만?
정책사업·요금억제, 공기업 부채의 악순환
부채 원인 진단은 노동계나 정부나 비슷?
[특집] 공공기관 정상화를 말하다
[118호] 2014년 04월 01일 (화) 박종훈 기자 jhpark@laborplus.co.kr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공공부문’이라고 뭉뚱그리기에 개별 기관들의 역할이나 
사정은 제각각이다. 그리고 내밀한 속사정은 실제 그곳에 몸담고 있는 이들이 가장 정확하게 알고 있는 게 맞다. 공공노동자들은 자신이 속한 조직의 중차대한 기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실무 담당한 이들의 답답한 속사정

전체 공공기관 종사자 규모는 약 25만 명에 달한다. 공공기관은 크게 공기업과 준정부기관, 기타공공기관으로 나뉜다. 2013년 기준으로 295개이며 올해 들어 기획재정부에서 7개 기관을 신규로 공공기관에 편입하면서 302개로 늘었다.

2013년 기준으로 공기업은 시장형 공기업과 준시장형 공기업을 합쳐 30개이며, 준정부기관은 기금관리형과 위탁집행형을 합쳐 87개, 기타공공기관은 178개이다. 올해 신규 지정된 공공기관은 기타공공기관 6개와 위탁집행형 준정부기관 1개다.

이들 개별 공공기관은 각자가 담당하는 기능이 다른 만큼, 근로조건이나 조직 내 현안이 각양각색이다. 정부는 18개 부채 중점관리기관과 20개 방만경영 중점관리기관을 선정하고 강도 높은 자구책 마련을 종용하고 있는 상황이다.

22일 결의대회에서도 38개 이른바 중점관리기관 노동조합과 조합원들이 중심에 있었다. 한국토지주택공사(이하 LH)나 한국수자원공사와 같은 기관은 정부 정책을 수행하면서 부채가 급증한 대표적인 사례라고 볼 수 있다.

“지금의 환경에 맞게 체질을 개선하는 게 관건이다. 과거 주택이 부족하던 시절에는 대량으로 공급하는 게 중요했다. 지금은 시장 수요에 맞는 탄력적인 공급 체계가 필요하다. 결국 틀에 짜인 사업 방식보다는 유연하게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조직 구조가 필요하다. 하지만 LH에선 각종 규제나 제약이 많다.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발생하는 비효율적인 부분도 있다. 예를 들면 똑같이 아파트를 짓더라도 일반 건설업체는 입찰 등을 통해서 저렴한 자재로 지을 수 있다. 우리는 조달청을 통해서 들여와야 하고, 중소기업 보호를 위해서라도 제 값을 주고 사와야 한다. 비효율이라고 말했지만, 공적인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거다. LH의 운영 자체가 방만하고 비효율적이라고 단정할 순 없다.”

“공기업에 부채가 많기 때문에 문제이고, 이는 결국 방만경영을 해온 결과이니 구성원들의 복지를 줄이는 것만이 부채를 줄이는 길이라고 정부는 선언을 하고 있다. 사실 수자원공사만 놓고 보더라도, 4대강 사업이라는 정부 정책사업 때문에 부채를 안게 된 거다. 수공은 2007년에는 무차입 경영을 할 만큼 상당히 안정적이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서 4대강 사업이 시작되면서 사업비 23조 원 중 8조 원을 정부가 수자원공사에 부채로 떠넘긴 거다. 공공기관의 사업은 곧바로 어떤 수익이 돌아오는 것도 아니고, 따라서 민간기업이 독자적으로 할 수 없는 부분을 담당하고 있다.”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한국전력공사, 한국가스안전공사와 같은 에너지 공기업들 역시 부채에 대한 부담을 안고 있다. 그렇다고 해서 시민들의 일상과 밀접한 영향을 주고받게 되는 에너지의 경우 요금 인상이 자유롭지도 않다. 노동계는 적정 수준의 요금 인상이 보장되거나, 정부 재원에서 지원이 필요하다는 입장을 갖고 있다.

“한전의 경우 비정상적인 전기요금 체계 때문에 그동안 부채가 계속 증가해 왔다. 또 전력 산업이 쪼개지면서 통합된 관리통제 시스템이 부재하기 때문에 해마다 반복해서 수급 위기 등이 발생하고 있다. 이미 발전 부문도 분리되었고, 전력수급 역시 전력거래소가 담당하고 있는데 무슨 문제가 발생하면 모든 욕은 한전이 다 먹고 있는 꼴이다. 발전 부문에는 이미 많은 민간 발전소들이 들어와 있기 때문에, 우리가 다 파악하고 통제하고 싶어도 구조적으로 그럴 수 없다.”

“가스공사의 경우 부채의 비율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일 게 아니라고 본다. 지금처럼 부채가 늘어난 것은 이명박 정부 시절, 물가는 많이 올랐지만 가스 요금이 안 올랐기 때문이다. 국민들의 지지율이 있고 하니 요금 인상을 인위적으로 억제했던 거다. 이를 점차적으로 올리면서 만회하려고 계획 중에 있었다. 그 사이 정권이 바뀌고 이제는 노동자들의 책임으로 돌아왔다. 지난 정권에서 약속한 바, 강제했던 부분에 대한 확인이 필요한데, 무조건 책임을 떠넘기면서 여론몰이를 하고 있는 거다.”

   
ⓒ 참여와혁신 포토DB
정책 실패는 정부가, 뒷수습은 공공기관이


부채 중점관리기관에서 일하고 있는 이들의 불만은 대단히 명확하다. 공공기관 정상화대책 추진을 주도하고 있는 기획재정부도 “2008년 대비 공공기관의 부채 증가는 ① 시설투자 확대 ② 서민생활 안정을 위한 정책 추진 ③ 요금인상 최소화 ④ 부실 저축은행 지원 등 위기관리에 기인한다”고 밝히고 있다.

특히 공기업의 부채 증가 원인은 미래 대비 시설투자 확대, 정책사업 추진, 공공요금 인상 최소화 등에 있다고 재차 강조한다. 앞서 조합원들에게 이야기를 들어본 한전, 가스공사, 석유공사와 같은 에너지 공기업들은 국내 송배전망 건설, 해외자원 개발 등 국내외 시설투자 확대로 부채가 증가했다고 부연했다. 2008년과 비교하면 한전은 45.4조 원, 가스공사는 14.4조 원, 석유공사는 12.5조 원씩 부채가 늘었다.

또한 임대주택, 세종·혁신도시 건설, 4대강 사업 등 정책사업의 본격적 추진에 따라 SOC 공기업들의 부채도 늘었다고 말한다. 위의 에너지 공기업과 같은 기간 동안 LH는 52.4조 원, 수자원공사는 11.8조 원, 철도공사는 7.5조 원 부채가 늘었다.

시설투자나 정책사업 추진은 말 그대로 ‘투자’의 개념으로 보아야 한다. 민간 기업처럼 단기간 내 큰 이윤을 추구하기는 어렵겠지만, 공기업 역시 장기간에 걸쳐 적어도 원가보상을 위한 계획은 세우고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요금인상의 억제로 투자비용의 회수가 어려울 뿐만 아니라, 지속적인 경영을 위해선 오히려 차입을 늘려야 하는 구조다. 2011년 말 기준으로 전기 요금의 원가보상률은 87.4%, 가스는 87.2%, 도로는 84%, 철도는 84.8%, 수도는 84.9%에 불과하다. “팔면 팔수록 부채가 늘어나는 꼴”이라던 공기업 종사자들의 말 그대로다.

원인의 진단은 비슷하지만 이를 개선하기 위한 방법에서 현재 노-정간의 충돌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기획재정부는 부채감축계획 운용지침에서 개별 기관들은 강도 높은 자구노력을 중심으로 부채를 줄이라고 주문한다. 2013년 10월 국회에 제출한 중장기 재무관리계획 상의 전망보다 30% 이상 더 줄이라는 압박이다. 아울러 부채를 줄이기 위해서 사업조정, 자산매각, 경비절감, 수익극대화 등 모든 방법을 강구하도록 주문한다.

개별 공공기관의 개선 노력은 ‘공공기관정상화협의회’가 총괄하며 실질적인 관리감독 기능을 맡게 된다. ‘자구노력’이 아닌 부채감축 계획, 이를테면 요금의 인상이나 정부의 재정지원 등의 경우 정상화협의회에서 논의를 거쳐 공운위에서 최종 확정되게 된다. 하지만 기획재정부는 운용지침에서 “정책지원 의존도가 부채감축계획의 평가 시 중요 요소”라고 강조한다. 기관 외부에서 지원 받을 생각은 말라는 의미다. 노동계가 부채 책임의 전가라고 강하게 반발하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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