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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의 시작과 끝은 부채에 관한 논의여야 한다. 당초 본격적으로 ‘정상화’에 대한 담론이 가시화된 것도 공공부문 부채 해결이 정국의 주요한 과제로 등장했기 때문이다.
“공기업이란 희생양이 필요했다”
IMF와 OECD, 세계은행(WB) 등 국제기구는 ‘공공부문 부채 작성지침’을 제시하며 국가 간 비교를 통해 신용도 평가 등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했다. 문제는 이 새로운 지침에는 기존의 공공부문 통계에서 새로이 206개의 공공기관이 추가됐다는 점이다. 따라서 LH, 수자원공사, 한전 등 대규모 부채를 안고 있는 공기업이 새로 통계에 포함되게 됐다.
이러한 새로운 국제 기준에 따르면 2013년 공공부문 총 부채는 국가채무 480조 원에 공공기관 부채 573조 원을 합쳐 1,053조 원에 달한다. 이는 3.8%의 성장률을 추정했을 때 2013년 예상 GDP의 80% 수준이다. 통상 한국의 국가채무가 2011년 GDP 1,237조 원에 대비해 34% 수준이라고 인식되던 것에 비하면 막대한 차이이다.
공공부문 부채 중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공기업의 부채는 5년을 주기로 드라마틱하게 폭증한다. 2003년 75조 원의 부채가 2007년 말에는 138조 원으로 63조 원이 늘어난다. 2008년부터 2012년 말까지는 5년 동안 256조 원이 더 늘어난다.
김용구 미래경영개발연구원 원장은 “최근 5년 동안 놀랍게 폭증한 공공기관 부채에 대해 정권 차원에서 책임 문제에 대한 귀인이 정무적으로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리고 지난 2008년의 금융위기도 미국의 금융 공기업 부실에서 발생했다는 점을 감안할 때 공공부문 부채 문제가 “실제 국가 경영위기로 발전할 가능성도 우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외부의 환경이 조성되는 동안 공기업을 포함해, 공공부문의 민영화 시도는 과거부터 지속돼 왔다. 김 원장은 “신자유주의적 발상에 근거한 공기업 민영화는 사실상 재벌화에 가깝다”며 “민영화의 필요성에 대한 여론전이 부채 이슈의 대두 이후 재계를 중심으로 계속됐다”고 주장한다. 아울러 이명박 정부가 추진한 공공기관 선진화정책으로 공공부문 노사관계는 악화일로 상태였다.
이러한 요소들 이외에도 김 원장은 “지난 30여 년 동안 전개된 한국 집권 세력의 습관”이라며 박근혜 정부의 태도 역시 지적하고 있다. “정무적으로 꼬이거나 무능하게 보이면 일을 열심히 한다는 증거를 보이기 위해 대국민 심리기제로 가장 잘 먹혀드는 스위치를 발동한다”는 것이다. 소득 양극화가 심화되고 국민의 절반 가까이 스스로를 빈곤층이라고 생각하는 경제 환경은 희생양을 찾기 좋은 상황이다.
이에 따라 “사실여부와 별도로 공기업 방만경영에 철퇴를 내리는 어젠더를 가동한 것”이라며 “국민을 대신해 행정부를 견제하고, 예·결산을 심의하며, 입법을 담당하는 국회를 무력하고 무능한 곳으로 인식시켜 기능을 축소화하려는 지난 집권세력의 심리기제와 비슷하다”고 김 원장은 부연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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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현석 객원기자 175studio@gmail.com | “언론의 영향이 정말 크다”
기획재정부가 부채 관리와 함께 공공기관 정상화대책의 한 축으로 들고 나온 이른바 ‘방만경영 정상화’에 대한 지침은 상대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진다. 그 내용은 “사회통념상 과도한 복리후생을 지양하고, 과도함의 여부는 국가공무원의 복리후생 수준을 기준으로 판단한다”는 것이다.
양대 노총 공대위는 “정부 대책의 방만경영 해소 부분을 살펴보면 38개 중점관리기관의 각종 복리후생 축소액은 1,600억 원에 지나지 않는다”며 “이는 부채 감축액 39조5천억 원의 0.4%에 지나지 않으며, 2013년까지의 부채 누적액인 520조 원을 해소하기 위해선 3,250년이 걸린다”고 꼬집고 있다. 이는 결국 “대통령과 정부가 공공기관 방만경영을 ‘과도한 복리후생’이라고 대강 포괄적으로 언급하며 ‘공기업은 임금이 높고 복지가 좋다’는 일반적인 인식을 가진 국민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을 이용한다”는 것이다. 국정 운영의 원칙이나 철학의 문제가 아니라 정치적인 술수라는 비판이다.
원칙이든 술수든 현 정부는 정상화대책 추진에 대한 강한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한 국민들의 지지가 뒷받침된다고 보기 때문이다. 또한 노동계가 주장하듯 “언론을 통한 여론몰이”때문에 그렇다고 하더라도, 공기업 종사자들에 대한 선입견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의 정상화대책에 맞서는 움직임을 주도하고 있는 양대 노총 공대위가 갖고 있는 고민의 지점도 바로 이 부분에 있다. 공대위 한 관계자는 “정부가 내세운 ‘방만경영’ 프레임이 워낙에 강한 인상을 심었기 때문에 여기에 대응하는 슬로건을 만드는 것조차 매우 어렵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철도나 의료부문의 이슈에서 ‘민영화’가 대중들에게 부정적인 인상을 남기는 데 성공했다고 보는데, 방만경영 네 글자 각인으로 되로 주고 말로 받은 셈”이라고 토로하기도 했다.
22일 열린 결의대회에 참석한 공공부문 조합원들 역시 비슷한 고민을 갖고 있는 이들이 많았다. 그리고 주변 일상에서 종종 이와 같은 오해를 받기도 하고, 이를 해명해 본 경험도 있다고 밝혔다.
“철밥통 얘기를 제일 많이 듣는다. 민간이든 공공이든, 어디서나 일은 하는 거고 대우는 가지각색일 텐데도 말이다. 공기업 사람들이 어떻게 일하고, 어떤 대우를 받고 있는지 정확하게만 알릴 수 있다면 국민들도 생각이 조금 달라질 텐데, 언론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본다. 사실 공무원도 철밥통 아닌가? 왜 공기업만 그런 식으로 보는지 이해가 좀 안 된다.”
“친구들이나 친척, 심지어 가족들마저 방송에서 이야기하는 것이 진실인 줄 알고 있는 경우가 많다. 정부의 입장이 방송을 통해서 전파되는 영향력이 아주 크다.”
“가족이나 아주 가까운 사람들은 내게도 이야기를 많이 들으니까 공기업의 생리를 알고 있어서 부채가 공기업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친구들은 사실 잘 모른다. 정부에선 공기업이 방만경영을 해서 그렇다고 논리를 계속 이끌어오고 있는데, 진짜로 그런 거라고 생각하기도 한다.”
‘실상을 정확히 알려낼 필요가 있다’는 점에 대해선 대부분 공감하고 있는 부분이었다. 하지만 구체적으로 알려내는 방법에 대해선 일상에서도 답답함을 느끼게 된다고 말하는 이들이 많았다. ‘언론을 통한 홍보’에 대해서 얘기하는 이들이 많았지만, 이미 정부도 충분히 그것을 활용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뾰족한 수를 고안하기가 쉽지 않다고 한다.
“막연한 정서적 거부감을 갖고 있고 세부적인 실상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이런 부분을 잘 알려야 하지 않을까. 복지나 고용안정은 우리가 잘 되어 있다기보다는, 비정규직 등이 워낙 열악한 거다. 하향평준화하기보다는, 전체 국민들의 복지 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설득하는 것도 좋다.”
“철밥통이 문제라는 소리는 다 비정규직을 만들자는 얘기인가? 국민 모두가 철밥통이 되어야 한다고 알릴 필요가 있다.”
“부채가 왜 커졌는지, 진짜 방만경영이 무엇인지에 대해 공개 토론 같은 걸 활성화해야 한다. TV 방송을 통한 토론도 좋을 것이다.”
“우리가 먼저 기득권을 내려놓아야 한다는 부분도 인정한다. 서비스의 질이 좋지 않거나, 공공기관은 문턱이 높다는 점도 있다. 그만큼 공공노동자도 노력해야 할 부분이 많다. 국민들에게 먼저 찾아가는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소통의 기회를 넓혀 가야 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