ㆍ고속도로 안전순찰원, ‘인건비 편취’ 고질적 관행 폭로ㆍ“이의제기 않겠다는 각서도 써”… 도공, 진상조사 나서한국도로공사가 외주화한 안전순찰업체 사장들이 공사가 지급하는 안전순찰 직원들의 인건비에서 수년 동안 매달 20만~30만원씩을 가로챈 것으로 확인됐다. 도로공사 퇴직자가 주로 맡고 있는 외주업체 사장들은 매달 일정액을 계좌이체나 현금으로 받고 수습 3개월간의 상여금도 사장이나 친·인척 앞으로 돌려주도록 했다. 직원들에게는 ‘이의를 제기하지 않겠다’는 각서를 작성하게 했다.
도로공사 ㄱ지사 소속 안전순찰원 ㄴ씨는 지난 4일 경향신문에 “2012년부터 3년간 지사 사장이 매달 급여에서 20만~30만원씩 환급금 명목으로 임금을 빼내갔다”며 부당한 임금지급 실태를 알려왔다. 그는 “입사할 때 회사에서 내 이름으로 된 통장을 2개 만들라고 지시해 그중 1개를 직접 관리하면서 매달 일정액을 사장 앞으로 계좌이체했고, 남은 금액만 급여계좌에 넣어줬다”며 그 예로 지사가 관리한 2012년 3~7월 사이 계좌 거래내역을 제시했다. 이 계좌에서는 4월9일 197만원의 3월 급여가 입금된 뒤 바로 당일 20만7600원이 사장 이름으로 된 계좌로 빠져나갔다. 같은 방법으로 6월8일 31만2000원, 7월10일에도 24만4000원이 빠져나갔다.
도로공사의 한 안전순찰원이 ‘회사가 수습 3개월간 받은 상여금을 현금으로 가져오라고 했다’고 순찰원 노조에 밝힌 경위서.
도로공사는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때 신기남 의원(새정치민주연합)이 충북 진천지사가 급여대장과 계좌이체확인증을 조작해 안전순찰원에게 부당하게 임금을 지급한 실태를 폭로하자 두 달간 53개 지사에 대해 전수조사에 착수했다. 도로공사는 당시 “진천지사를 제외하고 근로자 급여집행 실태는 양호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ㄴ씨는 “지난해 국감에서 진천지사의 계좌이체확인증 조작이 문제가 되고 진상조사가 시작되면서 사장이 계좌이체 대신 현금으로 환급금을 요구해 받아가다가 국감이 끝나고 파문이 잦아들자 올 들어 다시 계좌이체 방식으로 환급금을 가져가고 있다”고 말했다. 도로공사 외주업체 사장들의 임금 가로채기가 관행화돼 있는 것을 ㄴ씨가 증언하고 있는 셈이다.
도로공사 순찰원 노동조합 서정환 위원장은 “전국 53개 지사 중 노조가 결성돼 있지 않은 20개 지사에서 여전히 ㄱ지사와 유사한 부당 임금착취가 이뤄지고 있다”며 “그러나 외주업체 사장이 대부분 도로공사 퇴직자들이라 공사가 제대로 된 관리감독을 못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도로공사는 경향신문이 입수한 자료를 검토한 결과 외주업체의 인건비 부당집행 사실을 인정하고 진상조사에 착수했다. 도로공사 교통처 조준환 부장은 “지난해 진상조사 후 경고에도 불구하고 일부 지사에서 부당하게 인건비를 집행하고 있는 사실이 드러난 만큼 정확한 실태를 파악해 계약해지 등 엄중한 책임을 묻겠다”고 말했다.
<강진구 기자 kangj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