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실종자들의 무사 귀환을 기원합니다
지난 일주일 우리는 비통하고 애절한 시간을 보내야 했습니다. 차디찬 바다 속에서 무서움에 떨고 있을 우리 아이들 생각에 아무 일도 손에 잡히지 않았습니다.
실시간 전해오는 소식에 치밀어 오르는 분노와 지켜주지 못한 미안함이 뒤섞여 흐르지만, 이 모든 것이 아이들의 무사한 귀환 보다 앞서지 못하기에 지금도 간절히 소망하며 기다리고 있습니다.
국민 여러분,
한국노총은 국민과 함께 슬픔과 아픔을 나누고자 합니다. 이번에 실종되고 희생된 아이들은 우리 노총 소속 사업장의 22명을 포함하여 모두 노동자의 아들과 딸들입니다. 실종자와 희생자 가족들의 아픔과 고통을 모두 헤아릴 수는 없을 것입니다. 하지만, 한국노총의 노력이 슬픔에 빠진 가족들에게 작은 위로가 될 수 있다면, 기꺼이 기댈 수 있는 어깨와 품을 수 있는 가슴을 내 놓겠습니다.
국민 여러분,
한국노총은 당초 통상임금 및 근로시간 단축 입법화와 노동기본권 개선을 포함한 노동현안 해결과 공공부문에 대한 정부의 탄압, 주한미군 한국인 노동조합의 열악한 노동조건을 개선하기 위하여 10여만 명이 참여하는 노동절 집회를 계획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엄중한 사회분위기 속에서 우리의 요구를 주장하는 대규모 집회는 적절하지 않다고 판단, 우리 한국노총은 오는 5월 1일 예정된 노동절 노동자대회를 취소하고자 합니다.
이에 앞서 노총은 사고 발생 직후 담당 부위원장을 현장에 급파하여 상황을 파악하고, 18일에는 한국노총 산하 26개 회원조합과 16개 시도지역본부, 54개 지역지부에도 모든 행사를 취소 또는 연기하라는 지침을 내린바 있습니다. 특히, 주한미군 한국인노동조합은 오는 25일 오바마 대통령의 방한에 맞춰 총파업 투쟁을 위한 대규모 집회를 계획했지만 실종자, 희생자 가족과 슬픔을 나누기 위해 전면 유보하였습니다.
아울러 한국노총은 21일 한국노총 산하 안산지역지부와 경기지역본부, 한국노총 중앙이 함께 모여 대책을 논의했고, 오늘 중앙집행위원회와 중앙위원회를 통해 노동절 대회를 취소하기로 결정한 것입니다.
그 대신 전국적으로 열리고 있는 무사 귀환과 추모를 위한 행사에 마음을 모아 함께 참여하도록 하겠습니다. 전 조합원의 성금 모금도 시작할 것이며, 현장에 필요한 물품이 있다면 적극적으로 지원할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우리 한국노총은 이번 참사로 드러난 우리 사회의 부끄럽고 처참한 속살에 대해서도 강력한 문제제기를 지속적으로 전개할 것입니다.
승객의 생명과 안전을 담당해야 하는 선원의 절반 이상을 1년 미만인 비정규직으로 채워 참사를 불러일으킨 세월호의 모습은 우리 사회의 단면입니다.
초동단계에서 구조만 제대로 했어도 우리 아이들을 구할 수 있었음에도 갈팡질팡하다가 배보다 먼저 침몰한 국가재난 시스템은 억장을 무너지게 합니다.
기업을 살린다고 무분별하게 추진한 규제완화가 안전의 규제마저 풀어버려 이런 최악의 참사를 만들었습니다.
해수부 등 각종 낙하산 인사로 전직 고위 관료들의 자리는 채웠을지언정, 우리 아이들의 대피로는 만들지 못했습니다.
대통령마저 사건 발생 두 시간 이후까지도 제대로 상황파악을 하지 못하는 보고 체계는 불통 공화국의 민낯입니다.
결국, 국가의 총체적 무능으로 인해 우리 아이들이 희생당하고 말았습니다.
이러한 모든 문제들은 지금까지 한국노총이 누차 지적해 온 문제였지만, 정부는 귀를 닫고 외면했습니다. 국민과 함께 하는 노동운동, 사회개혁 노동운동을 펼쳐 온 우리 한국노총은, 한국사회 최대의 대중조직으로서 이러한 대형 참사를 예방하지 못한 것에 대해 자괴감을 가지며, 앞으로 다시는 이런 불행한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사회 전반의 제도 개선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 할 것입니다.
국민여러분,
안타까운 시간이 흐르고 있습니다.
정부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해 구조에 나서야 합니다. 우리는 여전히 희망을 갖고 있습니다. 아이들이 무사히 우리 곁으로 돌아올 것이란 믿음을 결코 놓지 않을 것입니다. 제발, 살아 돌아와 주기를 간절히 기원합니다.
감사합니다.
2014년 4월 23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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