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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총 기자회견문]노사관계 로드맵 강행 저지를위한 단식농성에 들어가며
작성일 : 2006-09-11
파   일 : 1 1157950046기자회견문.hwp  



[기자회견문]노사관계 로드맵 강행 저지를 위한
단식농성에 들어가며  

 몇 주째 급박하게 돌아가던 로드맵 논의가 ‘사회적 대화’로 해결을 보지 못하고, 파국에 이를 조짐을 보이고 있는데 대해 한국노총은 참으로 비통한 심정을 금할 길이 없습니다. 지난 9월 2일 노사합의 이후 한국노총은 현실에 대한 이해부족에서 오는 여러 가지 비난에도 불구하고, 마지막까지 인내하고 노력해 왔습니다. 그러나 노사정 어느 누구도 양보하려는 자세보다는 ‘성과’나 ‘명분’에만 집착하고 있음을 너무도 안타깝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어쨌든 오늘의 결과에 대한 책임에서 노사정 어느 누구도 자유로울 수 없을 것입니다.  

  노사합의는 ‘사회적 대화’를 위한 결단이었습니다
  일부 언론과 단체에서는 한국노총과 경영계가 이해타산에 따라 손쉽게 노사합의를 했다고 폄훼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한국노총은 민주노총, 경영계, 정부를 상대로 가장 많이 대화하고 가장 많이 고민한 끝에 내린 결론이었습니다. 노조 전임자가 없는 노동조합은 현실적으로 존재할 수가 없습니다. 더구나 대기업, 중소기업노조를 막론하고 다소의 차이는 있을 수 있겠지만, 원천적으로 노조가 전임자 임금을 부담할 능력이 없는 상황에서 전임자 문제는 노동운동의 사활이 걸린 중대한 문제일 수밖에 없습니다. 어떻게든 노조는 전임자를 확보하려고 할 것이고, 결국은 기업의 부담으로 다시 돌아올 수밖에 없는 상황이 재연될 것입니다.

  반면 경영계는 전임자 임금지급 금지를 복수노조 허용의 전제조건으로 내걸고 있습니다. 이 주장은 결코 받아들일 수 없는 주장이지만, 엄연한 현실로 존재하는 입장입니다. 더 심각한 문제는 이 상태로 시간을 허비하다가는 당장 내년 1월부터 전임자 임금지급은 처벌대상이 되고, 아무런 대책없이 복수노조 시대를 맞게 된다는데 있습니다.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법으로 금지하고 처벌하는 나라는 지구상 어디에도 없습니다. 역사적으로 이 법은 1996년 신한국당이 안기부법과 노동법을 날치기 통과시킬 때 포함된 악법 조항이었습니다. 그런데 참여정부조차 노조 전임자에 대한 임금지급을 범죄행위처럼 취급하는 태도는 여전합니다.

  더욱이 노조조직률이 10% 남짓한 상황에서 전임자 임금은 금지되고, 복수노조만 허용될 경우 양대노총 구도의 조직경쟁은 불을 보듯 뻔한 것입니다. 사업장은 혼란에 빠질 것이고, 생존을 위한 노동조합의 조직경쟁과 대사용자 투쟁은 겉잡을 수 없을 것입니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려는 입법은 노조의 반발과 함께 극심한 사회적 갈등만 유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사회적 비용 증가와 함께 국가 차원의 경제 문제로 비화될 것입니다.

  정부 입법안은 노사관계 선진화가 아니라 노동운동 궤멸안입니다.
  흔히 노동문제 전문가라고 자칭하는 사람들은 노조전임자 문제와 복수노조 문제는 서로 연관성이 없는 문제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물론 성격이 다른 사안입니다. 하지만 노사간에 한치의 양보도 없는 상황에서 두 문제를 따로따로 풀라고 하는 것도 ‘속 모르는’ 편한 소리로밖에는 안 들립니다. 우리 노동계가 전임자 임금 문제를 복수노조의 족쇄로부터 해방시키고 싶은 마음이 왜 없겠습니까? 더욱 갑갑하고 분통이 터지는 일은 이것을 너무도 잘 아는 정부가 그런 전문가들의 견해를 앞세워 노사합의를 수용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펴는 것입니다. 무책임하거나 불순하거나 혹은 두 가지 모두에 해당하는 일입니다.

  다시 한번 밝히지만 한국노총은 ILO 국제노동기준대로 사업장 단위 복수노조는 전면 허용되고, 노조전임자 임금지급은 노사가 자율적으로 결정해야 한다는 입장입니다. 그러나 정부는 ‘봐준다’는 생색까지 내며 기업 규모별로 전임자 수의 상한을 제한하는 입법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정부가 자의적인 잣대로 전임자 수를 제한하는 것은 잘못된 것입니다. 결국 대기업노조의 힘을 약화시켜 노동운동을 사업장단위 임금인상활동으로 묶어두려는 술책입니다.

  현재 양대노총을 비롯 산별연맹의 대표자와 간부들은 대부분 대기업노조에서 파견되어 나와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중소규모의 노조는 전임자를 파견할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대기업노조의 전임자수를 제한 할 경우 상급단체에 간부를 파견할 노조는 거의 없을 것입니다. 따라서 산별조직 이상의 수준에서 진행되는 노동운동은 위축될 것이 불을 보듯 뻔한 상황입니다. 만일 정부가 진정으로 산별전환을 통해서 노조가 문제를 돌파해 나가기를 원한다면 산별전환을 위한 지원이나 산별단체교섭이 가능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할 것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사안에 대해서는 노사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떠넘기고 있습니다.
  
  사회적 대화가 파기된 것은 전적으로 정부에 그 책임이 있습니다.
  노사관계 로드맵을 대화와 타협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노사정 모두가 현실을 종합적으로 보고 훨씬 정직해져야 합니다. 정부는 현재의 제도는 잘못된 것이고, 반드시 개정을 해야만 무언가 성과를 남긴다는 막연한 이분법적 고정관념을 버려야 합니다. 경험에 의하지 않은 행정편의적 사고를 버리고 산업현장에서 직접 경험하는 노사의 고민을 수용해야 합니다. 언론이 이해하지 못해 부담스럽다면 언론에 적극적으로 이해를 구해야 합니다.

  사용자들도 자기 것만 챙기려하고 서로 미루는 자세를 버려야 합니다. 진정으로 노사가 같이 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합니다. 노조도 솔직해져야 합니다. 조직적 이해관계로 명분만 내세워 반대하는 자세는 버려야 합니다. 속셈을 드러내지 않고 남이 해결해주기를 바라는 미온적 태도도 맞지 않습니다.

  노사정 모두 진정으로 정직했었는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특히 정부는 말로는 ‘사회적 대화’를 외치면서도, 여전히 자신들이 주도하는 일방적인 노동정책을 포기하지 않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를 정당화하기 위해 실적과 명분에 집착하고 있습니다. 자신들이 모든 것을 평가하고 재단하려고 하고 있습니다.

  우리 한국노총은 지난 며칠 동안 ‘노사합의’를 수정하는 유연성을 보이면서 ‘사회적 대화’를 성사시키고자 노력하였습니다. 그러나 정부 스스로가 ‘노사합의’를 부정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어쩔 도리가 없음을 통감합니다. 저는 오늘부터 정부의 일방적인 입법강행을 저지하기 위해 단식농성투쟁에 들어갈 예정이었습니다. 그러나 긴급 산별대표자회의 결의에 의해 최종적으로 24시간 동안 협상에 임하고 결렬시 내일부터 즉각 단식에 돌입합니다. 오만과 독선에 휩싸인 정부로부터 노동운동의 기반을 지켜내기 위해서는 단호한 투쟁이 불가피한 상황에 이르렀기 때문입니다. 이제 한국노총은 전국 총파업을 비롯한 강력한 투쟁에 돌입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사회적 대화를 외면한 정부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자 합니다.

2006년 9월 11일

한국노동조합총연맹 위원장 이 용 득